말레이시아에서 약 8개월을 보내고 다음에 어디로 갈까 하다 가까운 태국으로 가기로 결정했다.
처음엔 안 가본 치앙마이를 생각했는데 치앙마이 공기질이 너무 안 좋다는 뉴스가 터져 나왔다. 화전(밭 태우기)과 산불 때문이라고 하는데 연일 공기질이 역대 최악이라는 뉴스를 보고는 치앙마이는 안 되겠다 싶었고 만만한 방콕으로 결정했다.
방콕으로 결정하고 항공권을 예약하고 나니 이번엔 태국 폭염 뉴스가! 연일 40도에 육박하고 체감 온도가 54도까지 오른다는 뉴스를 보고는 겪어보지 못한 기온을 견딜 수 있을까 싶었다. 하지만 이미 항공권을 예약했고 가서 부딪혀 보는 수밖에 더 있나.
5월 3일 새벽에 도착했으니 방콕(정확히는 사뭇쁘라칸주 삼롱)에 머문 지 이제 한 달 정도 되었는데 덥긴 진짜 덥다. 매일 37-38도. 오전 7시에 이미 28-29도. 10시쯤만 되어도 사우나에 있는 거 같은 뜨거운 바람이 분다. 나름 더위에 강한 편인데 햇살이 진짜 너무 뜨겁고 순식간에 온몸에서 땀이 줄줄 흐른다. 평소에 많이 걸어 다니는 편인데 여기선 거의 불가능하다. 일사병 걸리기 딱 좋은 조건이랄까.
실제로 네이버 태사랑 카페에서도 도착 후에 여기 저기 걸어 다니다 일사병 증상으로 고생하시는 분들 몇 보았다. 개인적으로 34도 정도까지는 견딜만한 거 같은데 그 이상되면 숨이 턱턱 막히는 기분이더라. 햇볕을 막으려 우산을 펼쳐도 뜨거운 열은 막을 수 없으니.
날씨가 늘 이렇다 보니 에어컨 나오는 시원한 집에만 거의 머물고 있다. (전기세가 얼마나 나올지 두렵다) 하루에 한 번 오전이나 오후에 로컬 마켓과 임페리얼 삼롱에 있는 빅씨에서 과일이나 먹을 것 좀 사는 게 외부 활동의 전부인 요즘이다. 나는 더위에 강하고 땀이 별로 안 나는 스타일이라고 굳게 믿고 있었는데 그냥 이 정도 더위를 겪어보지 못해서 그렇게 믿었던 것이다. 지금 여기 와서야 나도 땀이 육수처럼 뚝뚝 떨어질 수 있는 사람이라는 걸 깨달았다.
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여행이 좋은 점은 우연치 않게 로컬들의 삶을 보고 느낄 수 있는 좋은 동네에 숙소를 잡아 저렴하게 태국 과일과 음식들을 많이 먹을 수 있다는 것. 2013년도에 푸켓 그것도 빠통에서 1년 정도 살았고 나름 태국을 안다고 생각했다. 하지만 이번에 본 태국은 그때 내가 느꼈던 태국과는 완전히 다르다. 관광객이 몰리는 휴양지와 진정한 로컬들의 삶이 이렇게도 다르구나 하고 새로운 시각으로 태국을 보게 되었고 더 많이 좋아하게 됐다. 시장에서 만나는 상인들도 친절하고 태국냄새 물씬 나는 이곳 환경이 나는 너무 좋다. 10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음에도 내가 체감하는 물가는 10년 전 푸켓보다 훨씬 싸다니 이게 있을 수 있는 일인가 말이다. 물론 빠통에 있을 때도 한국과 비교하면서 싸다고 생각했지만 지금 여기 삼롱에서 보는 물가는 정말 상상초월.
방콕에서 한 달 살기 준비하는 분들 중 로컬의 삶을 느껴보고 싶으신 분들은 삼롱을 비롯한 사뭇쁘라칸 지역을 거점으로 삼으셔도 좋을 거 같다.
옆으로 새는 이야기 하나.
한 달 동안 나갈 때마다 엄청난 육수를 뿜어내던 내가 주변을 관찰하다 발견한 게 있다. 내 논리로는 설명불가능한 현상이랄까. 로컬 식당(노점)에서 밥을 먹을 때 나는 몸에서 땀이 뚝뚝 떨어지는데 옆 테이블 태국분들은 나처럼 땀을 흘리시지 않더라는 것. 나는 보통체격이고 그분들은 내 2-3배 정도 되는 몸집을 가지고 계셨음에도 불구하고 얼굴에 땀 한 방울 흐르지 않더라는. 심지어 나는 반바지 반팔 티셔츠를 입고 있고 그들은 긴팔을 입고 있었다. 아무리 인간이 환경에 적응한다지만 우리의 신체가 이 정도로 환경에 적응하는 게 가능하다고? 나이트 마켓을 돌아다니면서 봐도 나처럼 얼굴과 목덜미에 땀이 맺히다 못해 흘러내리는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. 나도 여기서 몇 년 살면 이렇게 되려나 하는 말도 안 되는 상상을 해 본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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